오늘의역사(8월 14일)

[1969년] 구봉서와 MBC TV '웃으면 복이 와요' 첫 방송

MBC TV ‘웃으면 복이와요’ 시절 구봉서씨의 모습.

구봉서(1926~)는 한국 코미디의 짧은 역사와 튼튼하지 못한 기반에도 불구하고 무대와 스크린에서, 라디오와 TV에서 수십 년 동안 팬들에게 웃음을 선물한 한국 코미디계의 대부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 줄곧 학예회 무대와 방송에서 노래를 부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동상고 3년생이던 1945년 어느 날, 구봉서는 친구들과 밴드 연습을 마친 후 아코디언을 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한 중년 신사가 그를 불러세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사는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른 김정구의 형 김용환으로, 유명 악극단인 ‘태평양가극단’의 단장이었다. 구봉서는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가극단에 입단했다.

무대에서 주로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던 1946년 어느 봄날, 단장으로부터 “무대 위로 올라가라”는 느닷없는 지시가 내려졌다. 당시 가극단은 나운규 원작의 가극 ‘아리랑’을 마포의 도화극장에서 공연하고 있었는데 바보총각 역을 맡은 배우가 연락도 없이 사라져 급한 대로 구봉서를 대타로 올린 것이다. 구봉서는 하도 떨려 무대 위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르게 떠들었는데도 관중은 박장대소했다. 코미디언 구봉서의 인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후 무대에서 바보스러운 몸짓과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기만 하면 관객은 자지러지며 웃음을 터뜨렸다.

구봉서의 출세작은 1958년 4월 19일 국도극장에서 개봉한 ‘오부자’였다. 아버지 역에 이종철, ‘영·웅·호·걸’ 4형제 역에 양훈, 양석천, 김희갑, 구봉서가 출연한 ‘오부자’는 공전의 히트를 쳤고 이 땅에 희극영화의 붐을 일으켰다.

이후 구봉서는 막 개국한 MBC TV 가 야심차게 준비하던 국내 첫 TV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으면 복이 와요’에 참여했다. 그는 1969년 8월 14일(목) 첫 방송을 시작한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 자신의 재주를 맘껏 발휘했다.

‘웃으면 복이 와요’는 1970년대 코미디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시청자는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남녀와 세대를 가리지 않았다. 구봉서는 ‘웃으면 복이 와요’를 통해 당대 코미디계의 아이콘이 되었다. 쌍꺼풀진 눈매에 살짝 얹혀 있는 웃음기와 다소 처진 양쪽 볼에 끼어 있는 심통기가 어울린 그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웃으면 복이 와요’는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군림하다가 1985년 4월 17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구봉서는 ‘웃으면 복이 와요’가 방송되던 16년 동안 786회 모두 개근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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