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 조계종 종정.

불교 조계종 혜암(慧菴·81) 종정이 2001년 12월 31일 경남 합천군 해인사 원당암 미소굴에서 입적(入寂)했다. 1920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난 혜암 스님은 일본 유학을 거쳐 1946년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출가했다. 이듬해인 1947년 참선 도량으로 유명한 경북 문경 봉암사로 가서 성철·청담·향곡 스님 등이 주도한 `봉암사 결사`에 참여했다. 6·25 전쟁으로 스님들이 흩어진 후 해인사·송광사·통도사·범어사 등의 선원과 태백산·오대산·지리산 등을 돌며 참선에 몰두했다. 그는 산 속에서 혼자 참선할 때 호랑이와 맞서 형형한 눈빛으로 물리친 이야기를 훗날 즐겨 들려주곤 했다.

1985년 해인사 부방장, 1991년 조계종 원로회의 부의장이 됐으며 1993년 성철 스님이 입적하자 해인사 방장을 이어받아 1996년까지 재임했다.

깡마른 체격으로 강단있는 기품을 지녔던 혜암 스님은 지난 1994년 조계종이 서의현 총무원장의 3선 문제를 둘러싸고 극심한 분규에 빠졌을 때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했다. 당시 원로회의 의장이었던 그는 원로회의를 이끌고 반(反) 서의현 입장을 취함으로써 사태 마무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어 1998년 분규 때도 총무원을 무력으로 점거한 ‘정화개혁회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해서 분규의 합법적 해결을 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