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12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의 날’을 맞아 리셉션에서 옐친(왼쪽)과 푸틴 전, 현직 대통령이 내외빈을 맞이하고 있다.

보리스 옐친(68) 러시아 대통령이 1999년 12월 31일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블라디미르 푸틴(47) 총리를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지명했다. 옐친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러시아 공영 ORT TV 를 통해 “건강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당면한 큰 과제가 많고, 이러한 과제들은 보다 새로운 세대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사퇴한다”고 말했다.

옐친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 국민들의 꿈이 실현되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다”며 “어둡고 가난한 전체주의 과거에서 밝고 부유하고, 또 문명화된 미래로 발돋움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통치과정에 있었던 일련의 실수들을 사과했다. 옐친 대통령은 이날 오전 푸틴 총리와 단독 면담을 가진 뒤 사임 성명을 발표했다.

옐친은 직무대행으로 지명된 푸틴 총리에게 핵 미사일 암호를 넘겼다. 정치 분석가들은 각종 부패의혹과 불법행위, 대통령 가족들의 부패 연루설 등으로 심각한 정치위기를 맞고 있는 옐친이 퇴임후를 보장받기 위해 조기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