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에서 촬영한 사진.

1960~­70년대 서울의 유명한 고전음악 감상실 ‘르네상스’ 대표였던 박용찬씨(79)가 1994년 8월 23일 오후 9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박씨는 널리 알려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의 분신이나 다름 없었던 음악 감상실 ‘르네상스’는 나이가 든 음악 애호가들에겐 사랑방이라 불릴 정도로 향수가 어린 곳이었다.

한창 전성기 시절이었던 1960~70년대의 ‘르네상스’는 재독 작곡가 윤이상씨가 작품 발표회를 갖고, 박원식 정명훈씨가 지휘연습을 할 정도로 성가를 높였다. 또 음악인이 아니라도 문인, 화가, 영화인 등 숱한 문화예술인들이 ‘르네상스’를 드나들며 낭만을 구가하고, 정신의 위안을 받았다.

1970년대 말부터 오디오 보급에 따라 경영난을 겪던 르네상스는 한때 문을 닫을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나, 애호가들의 성화로 이를 취소해야만 했다. 박씨는 일본 명치대 유학 중 음악 기기와 음반 수집에 관심을 갖게 돼 1940년 귀국할 때 이미 8천여 장의 음반을 갖고 있었다. 박씨가 처음 음악 감상실을 연 것은 6·25사변 중이던 1951년 대구 행촌등에서였다. 종전 후에는 서울 인사동을 거쳐 1960년 12월 종로1가 영안빌딩 4층에서 문을 열었다.

나이가 들어 운영이 어려워지자, 박씨는 1986년 말 1만3천장의 음반과 음악기기, 책자 등 소장자료를 모두 문예진흥원에 기증했다. 덕수궁 안 ‘박용찬 기념음악자료관’에 보관 중이던 이들 자료는 그 후 ‘예술의 전당’으로 옮겨 관람객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