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8월 9일 버마 랑군 시내에서 복면을 한 학생이 르윈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구호를 들어보이고 있다.

1962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26년간 버마를 통치에 온 네윈 장군은 버마의 정치·경제적 어려움을 통감하며 1988년 물러나면서 경제 자유화 정책 및 일당 독재 찬반 국민투표를 제한했다. 이 때까지는 버마에 민주화의 빛이 비추는 듯 했으나, 버마 사회주의계획당(BSPP)은 네윈의 제의를 무시하고, 7월 26일, 1962년 쿠데타 이래 탄압으로 악명이 높은 르윈 장군을 대통령에 임명하며 1당 독재를 계속하기로 결정한다.

르윈 장군은 취임 즉시 버마 혼란의 원인을 체제 문제가 아닌 지도자의 문제라며 군 출신 및 강경파 인물들을 각료로 임명하고 아웅 지 장군과 언론인 세인 윈 등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는 반정부인사들을 체포하였다. 이에 반정부시위가 벌어졌고 르윈 군부는 8월 3일 계엄령을 선포하였으나 시위는 계속 되었다.

군부의 계엄령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이어져 8월 8일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3만명 이상의 학생·시민들이 버마의 수도인 랑군에 모여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시위 초기 군부는 관망하는 듯 했으나, 강경진압이 시작되어 수백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시위대에 의해 랑군북부 페구시가 장악되는 등 사태 진정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에 군부는 위기감을 느꼈고 르윈 대통령은 취임 18일만인 12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르윈을 사임시킨 사회주의계획당은 르윈 사임 일주일 후인 19일 온건파 마웅마웅을 당의장 및 대통령으로 선출하였으나, 집권세력에 대한 반발 및 총선거 실시·다당제 도입 등을 주장하며 시위는 계속되었다. 24일 마웅마웅 대통령이 다당제 채택에 관한 국민투표를 제의하고, 정부는 3일 선포된 계엄령을 해지하며 사태는 새 국면을 맞았다. 이날 랑군 시위에 버마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웅산의 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참여하며 눈길을 끌었다.

사회주의계획당에 대한 반대로 정국이 혼미한 가운데, 집권당에 대항하는 학생·청년층이 중심이 된 민주화연맹과 우누 전(前) 총리와 만 윈 마웅 전(前) 대통령이 중심이 된 민주평화연맹, 아웅산 수치 여사 지지세력, 아웅 지 장군 지지세력 간의 이견으로 사회불안이 가중되었다. 반정부지도자들이 9월 9일 집권 사회주의계획당의 마웅마웅 대통령을 대체할 임시정부 수립을 선포하자, 10일 사회주의계획당은 다당제에 의한 총선을 재안했으나 야권은 이를 반대하며 집권당의 즉각 퇴진과 과도정부수립 및 자유총선 실시를 촉구했다.

정부와 반정부지도자들 사이에 과도정부 수립에 관한 협상이 계속되던 중 9월 18일 국방장관 사우마웅 장군이 이끄는 ‘평화회복위원회’ 가 쿠데타를 단행하여 국가 통치권을 장악하며, 버마사태가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