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2월 21일, 122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초콜릿 케?? 앞에 앉은 잔 칼망 할머니.

태어난지 1백22년 1백64일만인 4일 낮(현지시각) 프랑스의 세계 최고령 잔 칼망 할머니가 사망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5일 특별성명을 내, “우리는 이 우아하고 위대한 여인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녀의 비밀은 가장 좋았던 순간을 기억하고 나머지는 다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오넬 조스팽 총리도 “그녀는 우리의 역사와 가슴 속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살아온 아를르시는 슬픔에 잠겨있다고 현지 방송 보도들이 전했다.

그동안 기네스북에 매년 세계 최고령으로 기록되던 칼망 할머니가숨지면서 자연히 세계 최고령의 ‘영광’은 8월 16일 1백15세가 되는화란계 미국인 크리스천 모르첸센 할아버지가 차지하게 됐다. 모르첸센 할아버지는 캘리포니아주 산 라파엘시의 한 양로원에 기거하고 있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보도했다. 칼망 할머니 이전엔 일본의 이즈미 할머니가 지난 86년 사망때까지 1백20년 2백37일을 산 것으로 돼있다.

칼망 할머니는 지난 42년 남편을 사별한 이후 외동딸(1934년), 의사였던 외동손자(1963년) 등이 오래전에 모두 사망해 직계손이 아무도 없다. 한때 생계수단으로 물감 장수를 했으며, 빈센트 반 고호도 그녀의 고객이었다.

칼망 할머니의 장수는 주로 유전적 요인이 컸던 것으로 프랑스의학계는 보고있다. 본인은 “아마 하나님이 나를 데려가는 것을 잊으신 모양”이라고 말하곤 했다.

앙드레-프랑수아 라프래라는 남자는 칼망 할머니가 90세 되던 해,할머니집을 상속받기로 하고 매달 그녀에게 2천5백프랑(40만원)씩 생활비를 대 준다는 계약을 맺었으나 계약 당시 47세였던 라프래씨가재작년 77세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돈만 날리고’ 말기도 했다. 그가 칼망 할머니에게 갖다 바친 생활비는 30년 동안 90만프랑(1억4천4백만원). 그가 상속받으려던 집값 보다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칼망 할머니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는 인생에서 계약을 잘못하면서 살기도 한다우…”

칼망 할머니는 지난 12년 동안 거주해온 남부프랑스 아를르시의 뒤라크 양로원에서 숨을 거두기 하루 전까지 포도주와 초콜릿을 즐겼고 가끔 담배도 피웠다. 양로원의 담당의사들조차 칼망 할머니의 건강이 특별히 악화된 징후는 없었다고 밝혔다.

1875년 2월 21일. 칼망 할머니가 태어난 그 해는 레닌이 겨우 5살이었고 자동차, 전화, 영화, 비행기 등은 아직 이름조차 없던 시절이다. 할머니가 살아있는 동안 프랑스에는 무려 20명의 대통령이 명멸했다. 칼망 할머니는 말년에 거의 실명 상태였다. 전혀 알아듣지못했고 휠체어 생활을 했다. 그러나 정신은 또렷했고, 유쾌하게 유머를 즐길 줄 알았다.

그녀는 “내가 오래 산 비결은 미소”라고 말한 적도 있으며 “나는 웃으며 죽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