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한 페론주의자인 카를로스 메넴 아르헨티나 대통령.

페론당의 카를로스 메넴이 1989년 5월 14일 아르헨티나 제4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1928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으로 민정에서 민정으로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룩된 순간이었다. 열렬한 페론주의자인 메넴은 시리아계 부모에게서 태어나 코르도바대 시절부터 고향인 라 리오하주에서 페론당의 청년단체를 비밀리에 결성, 이를 주도했으며 1955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에는 막강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노동총연맹의 법률고문을 맡아 두각을 나타냈다.

쉽고 열정적인 언변으로 인기를 모아 온 그가 이번 선거 캠페인에서 국민들에게 강조한 것은 `희망`이었다. 메넴은 강력한 노조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 정통 페론주의, 즉 `인간화된 자본주의`라는 일종의 민족주의를 신조로 살았다. 메넴은 1958년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한 것을 계기로 정치 전면에 나섰다. 이때 페론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한 뒤 1973년 라 리오하주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주지사에 당선, 많은 공공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전국적인 인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1976년 3월 군부쿠데타로 5년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메넴은 당초 12월10일 취임할 예정이었으나 경제악화로 조기 사임 압력을 받아온 라울 알폰신 대통령이 6월12일 사임을 발표함에 따라 5개월 일찍 정권을 이양받아 7월 8일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