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휴렛.

미국의 대표적인 IT기업인 휴렛 패커드(HP)의 공동 창업자인 윌리엄 휴렛이 2001년 1월 12일 노환으로 사망했다. 87세였다. 휴렛은 1996년 사망한 데이비드 패커드와 함께 1939년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있던 패커드의 허름한 차고에서 단돈 538달러로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는 첫 해부터 흑자를 낸 이후 지난 60여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익을 내며 이른바 ‘HP신화’를 만들어냈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이 차고를 ‘실리콘밸리의 탄생지’라는 명칭과 함께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했다.

미시건주 앤아버에서 출생한 휴렛은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동료 패커드와 의기투합, HP사를 차린 후 ‘볼링점수 표시기’ 등 기발한 발명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첫 히트작은 월트 디즈니사의 주문에 따라 제작한 오디오 관련 기기였다. 이 장비는 디즈니 만화영화 ‘판타지아’가 완벽한 사운드를 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휴렛은 HP가 197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휴대용 계산기 ‘HP35’의 최초 발안자이기도 하다.

인간중심 경영을 추구한 휴렛과 동료 패커드는 이른바 ‘HP방식’이라 불리는 HP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창출했다. 불필요한 격식을 지독히 싫어해 중역 회의 때에도 상석 아닌 중간 자리에 앉기를 즐겼다는 휴렛은 회사 이익을 끊임없이 사회에 환원해왔다. 1966년 설립한 ‘휴렛 기금’에 지금까지 35억달러를 출연했고, 패커드와 더불어 모교 스탠퍼드대에 기부한 돈도 3억달러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