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정채봉씨.

‘평생 동화를 쓰면서 평생 동화 같은 삶을 살아온’ 동화작가 정채봉씨가 2001년 1월 9일 타계했다. 1998년 11월 간암 발병으로 거의 절망적인 상태까지 병이 깊었던 정씨는 이후 기적적 소생으로 다시 창작활동을 시작하고 책을 펴내기도 했으나 지병이 재발, 2000년 여름부터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평생 동화작가답게, 그는 손이 떨리고 의식이 들락이던 마지막 순간까지 동화를 만들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역시 신춘문예에 동화로 등단한 딸 리태양과 함께 병마로 혼수상태였던 2000년 12월까지 부녀가 함께 쓰는 연작 동화의 앞부분을 구술해 만들었다는 것. 이 동화는 2001년 3월 유작으로 출간됐다.

정씨는 1970년대 중반부터 샘터사에서 평생을 출판인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모교인 동국대, 문학아카데미, 조선일보 신춘문예 심사 등을 통해 숱한 후학을 길러온 교육자이기도 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가 말년에 보인 투병기는 ‘의지’와 ‘감동’ 그리고 ‘신의 기적’을 느끼게 하는 드라마였다.

친형제처럼 지냈던 시인 정호승씨는 “그의 글은 인간의 사랑과 고통에 대한 이해와 긍정의 불빛이 새어나와 우리의 방안을 환히 밝힌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정씨는 1973년 동화 ‘꽃다발’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이후 ‘생각하는 철학적 동화’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