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A 주니어라이트급 세계챔피언 최용수(23, 극동서부체육관).

국내 처음으로 WBA 주니어라이트급 챔피언 자리에 오른 최용수(23, 극동서부)는 국내에서조차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의 ‘헝그리복서’. 전 챔피언이었던 제나로 헤르난데스(미국)가 지난 8월 타이틀을 반납함에 따라 랭킹 2위로 타이틀 결정전에 나가 행운을 잡은 최용수는 타이틀전이 벌어지기 직전까지도 우승을 점치는 전문가가 많지 않았다.

최용수는 대전이 결정전이라고는 하지만 대전장소가 적지인데다 랭킹 1위인 상대의 전적이 58승1무로 무패의 선수여서 17승2패의 그가 승리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힘들었다.

그러나 그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타고난 투지를자랑하며 적지에서 당당히 챔피언 벨트를 뺏아냈다.

충남 당진이 고향인 최용수는 신평고 1년을 중퇴한 뒤 89년 가을 복싱을 하기 위해 무작정 상경,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체육관에서 샌드백을 두드렸다.

프로데뷔무대인 90년 신인왕전에서 예선 탈락했으나 이후 ‘독기’를 품고 갈고 닦은 펀치로 연승을 달려 93년 3월 한국챔피언, 9개월 후 동양타이틀을 획득했다.

최용수의 세계 정상에는 이처럼 어려운 환경이 그에게 어떤 고난이라도 이겨내는 오기를 심어줬기 때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1992년 8월 15일 오토바이를 타고 체육관으로 가다 전복사고로 팔과 다리를 크게 다쳤으나, 3일 후 프로 10차전에 출전, 맞수 김상문을 7회 KO로 꺾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던 그는 결정전 출전에 앞서 “두번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다. 세계챔피언이 목표인 만큼 지면 은퇴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승부욕을 보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