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서 총기 사고… 15명 사망, 20여명 부상- 21일 미 콜로라도주 덴버의 시빅센터 공원에서 열린 총기 난사 희생자 촛불 추모제에 참석한 두 여학생이 슬픔에 잠겨있다.
20일 오전 11시 30분(현지 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시. 인구 3만5000명인 이 도시의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울린 총성과 폭발음이 조용한 봄날을 찢어놓았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 트렌치코트(레인코트의 일종) 차림에 스키 마스크를 뒤집어 쓴 괴한 2명이 학교 주차장에서부터 소총을 난사하며 학교 안으로 진입했다.
점심시간 구내 식당에 모여있던 학생들은 비명을 질렀고, 학교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범인들은 교실과 도서관을 차례로 돌며 총을 쏘고 수류탄과 사제폭탄을 던졌다. 이 학교 학생 돈 아놀드(16)는 “처음에는 불꽃놀이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눈 앞에서 친구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은“범인들이 권총과 소총을 들고있었고, 개머리판을 잘라낸 산탄총도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겁에 질린 학생들은 쓰러진 친구들의 시체를 넘어 피바다가 된 학교를 필사적으로 빠져나왔다. 미처 피하지못한 학생들은 화장실, 음악실, 과학실험실 등에 숨었다. 교실 옷장안에도 숨었고 책상과 사물함으로 문앞에 바리케이드를 쌓기도 했다. 피투성이가 된 학생 한 명은 2층 창문밖에 매달려 있다 구조됐다. 몸에 폭탄 파편 조각이 9개나 박힌 여학생도 있었다.
범인은 10대 후반인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로, 이 학교 중퇴생인것으로 밝혀졌다. 공범으로 보이는 학생 한 명은 수류탄을 던지다 경찰의 사태 진압 후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이 일종의 ‘자살 작전’을 벌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범인들은 주로 학교에서 잘 나가던 운동선수나 흑인, 히스패닉계 등 소수민족 학생들을 표적 사살했다.
학생들은 범인들이 “운동하는 놈들다 일어서라. 모두 죽여버리겠다”, “난 검둥이가 싫다”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범인이 흑인 친구의 얼굴에 총을 쐈다”고 전한 한 여학생은 범인이 “작년에 괴롭힘 당한 일을 잊지 못해 복수하는 것이라며 킬킬댔다”고도 했다. 학생들은 또 범인들이 “전혀 서두르는 기색 없이 느긋했다”, “학생들의 뒷머리를 쐈다”, “책상 밑에 숨어있는 애들까지 사살했다” 고 전했다.
CNN은 특히 10여구의 시신이 발견된 도서관에서 ‘즉결처형’ 식 살인이 저질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학교를 포위했던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던 범인들의 무차별 총기난사는 6시간이 지나서야 진압됐다. 폭발물의 위험 때문에 SWAT팀(경찰기동대)은 섣불리 교내로 진입하지 못했다. 수색작전중 건물 내에서 시한폭탄이 터지기도 했다. 학교 안팎에서 발견된 폭발물은 12개로, 범인들은 승용차등에 폭발물을 넣어두었다.
경찰은 “학교가 지뢰밭 같았다”고 표현했다. 사망한 학생과 교사들은 모두15∼16명, 부상자는 20여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범인 2명의 시체는 도서관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몸에도 폭발물을 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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